케이던스 133과 126, 숫자로 보는 내 슬로우 러닝 습관
러닝 앱으로 기록을 남기다 보면 거리, 페이스, 시간 말고도 낯선 숫자가 하나 보입니다. 바로 '케이던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지나쳤는데, 저녁에 달린 날은 133, 추운 아침에 달린 날은 126으로 숫자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오늘은 제 실제 기록을 예로 들어 케이던스가 무엇인지, 슬로우 러닝을 하는 중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케이던스란 무엇인가요
케이던스는 1분 동안 발이 땅에 닿는 횟수, 즉 1분 동안의 걸음 수를 말합니다.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셉니다. 예를 들어 케이던스가 133이라면 1분 동안 133걸음을 디뎠다는 뜻입니다.
달리기 속도는 결국 '얼마나 자주 발을 내딛는가(케이던스)'와 '한 걸음에 얼마나 멀리 가는가(보폭)'의 조합으로 정해집니다. 같은 속도라도 짧은 보폭으로 자주 디디는 사람이 있고, 긴 보폭으로 천천히 디디는 사람이 있습니다. 케이던스는 바로 이 '나만의 달리기 습관'을 숫자로 보여 줍니다.
2. 제 기록으로 본 케이던스 변화
제 최근 기록을 보면 저녁에 달린 두 날(10월 23일, 25일)은 케이던스가 모두 133이었고, 추운 아침에 달린 10월 27일은 126이었습니다. 아침과 저녁의 차이는 지난 글 「추운 아침 슬로우 러닝 후기」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이번에는 이 숫자를 조금 다른 눈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녁 두 번의 케이던스가 똑같았는데도 페이스는 9분 59초에서 9분 32초로 27초나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발을 디디는 횟수가 같은데 속도가 붙었다면, 달라진 것은 한 걸음의 길이, 즉 보폭입니다.

3. 페이스와 케이던스로 내 보폭 계산해 보기
러닝 앱에는 보폭이 따로 나오지 않지만, 페이스와 케이던스만 있으면 간단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먼저 페이스로 1분에 몇 미터를 가는지 구하고, 그 거리를 케이던스로 나누면 한 걸음의 길이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 9분 32초는 1분에 약 105m를 가는 속도이고, 이를 케이던스 133으로 나누면 한 걸음이 약 79cm가 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제 세 번의 기록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앱 기록으로 구한 대략적인 값입니다.
- 10월 23일 저녁: 1분에 약 100m ÷ 133걸음 = 보폭 약 75cm
- 10월 25일 저녁: 1분에 약 105m ÷ 133걸음 = 보폭 약 79cm
- 10월 27일 아침: 1분에 약 101m ÷ 126걸음 = 보폭 약 80cm
계산해 보니 생각지 못한 사실이 보였습니다. 추운 아침에는 발을 디디는 횟수가 줄어든 대신 한 걸음을 더 길게 뻗으며 달렸던 것입니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걸음 수를 줄이고 보폭을 늘리면 착지할 때 다리에 전해지는 충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숫자 두 개로 내 달리기 습관을 이렇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케이던스의 가장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
4. 러닝 앱에서 케이던스 확인하는 방법
제가 쓰는 러닝 앱은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기록 화면에 거리, 페이스, 시간, 칼로리와 함께 케이던스가 자동으로 표시됩니다.
따로 기계를 차지 않아도 휴대폰에 들어 있는 움직임 감지 센서가 걸음 수를 세어 주기 때문에, 평소처럼 휴대폰을 들고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러닝 앱이나 스마트워치에서도 대부분 '케이던스' 또는 '분당 걸음 수(spm)'라는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건강 연구에서는 빠르게 걷기를 대략 1분에 100걸음 이상으로 봅니다. 제 슬로우 러닝 케이던스 126~133은 빠르게 걷기보다 조금 더 자주 발을 디디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슬로우 러닝이 걷기와 달리기 사이에서 몸에 부담을 덜 주는 운동이라는 것을 숫자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 앱 없이 케이던스 재는 방법
러닝 앱이나 스마트워치가 없어도 케이던스는 직접 잴 수 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 편한 속도로 3~5분 달려 몸을 풉니다. 출발 직후는 걸음이 들쭉날쭉하니 리듬이 안정된 뒤에 잽니다.
- 15초 동안 오른발이 땅에 닿는 횟수만 셉니다. 양발을 다 세면 헷갈리기 쉬우니 한쪽 발만 세는 것이 편합니다.
- 센 숫자에 8을 곱합니다. 한쪽 발이니 2를 곱하고, 15초를 1분으로 바꾸려면 4를 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5초에 오른발이 17번 닿았다면 17 × 8 = 136이 내 케이던스입니다.
- 두세 번 재서 평균을 냅니다. 한 번만 재면 오차가 생길 수 있으니 몇 번 재서 비슷한 숫자가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6. 케이던스가 중요한 이유
케이던스는 기록보다 몸에 주는 부담과 더 관련이 깊습니다. 보폭을 너무 크게 해서 성큼성큼 달리면 발이 몸보다 훨씬 앞에 착지하게 되고, 그만큼 무릎과 엉덩이에 전해지는 충격이 커집니다. 반대로 보폭을 조금 줄이고 발을 조금 더 자주 디디면 발이 몸 가까이에 착지해 충격이 줄어듭니다.
실제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팀이 2011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같은 속도로 달리면서 케이던스를 평소보다 5~10% 정도 높였더니 무릎과 엉덩이 관절에 걸리는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릎과 발목이 걱정되는 중년 러너에게는 꼭 알아 둘 만한 내용입니다.
7. 중년 슬로우 러너를 위한 케이던스 활용법
케이던스는 정답이 정해진 숫자가 아닙니다. 키, 다리 길이, 속도에 따라 사람마다 편한 케이던스가 다르고, 슬로우 러닝처럼 천천히 달리면 숫자가 낮게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니 숫자를 억지로 맞추기보다 아래처럼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 내 평소 숫자를 먼저 압니다. 편하게 달린 날의 케이던스를 3~4번 기록해 두면 나의 기준이 생깁니다. 저는 133이 기준입니다.
- 늘리고 싶다면 5%만 올립니다. 133이라면 140 정도가 목표입니다. 한 번에 크게 바꾸면 오히려 어색하고 힘이 듭니다.
- 보폭을 '조금 짧게' 의식합니다. 발을 멀리 뻗지 말고, 몸 바로 아래에 가볍게 내려놓는다는 느낌으로 달리면 케이던스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 음악의 박자를 활용합니다. 1분에 140박자 안팎의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박자에 맞춰 발을 디디면 리듬을 익히기 쉽습니다.
- 숨이 차면 바로 속도를 줄입니다. 케이던스를 높이는 것은 속도를 높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슬로우 러닝의 기본인 '대화할 수 있는 속도'는 꼭 지킵니다.
8. 케이던스가 갑자기 달라졌다면
평소보다 케이던스가 눈에 띄게 낮게 나왔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제 아침 기록처럼 날씨가 춥거나, 잠을 설쳤거나, 피로가 쌓인 날에는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런 날은 기록에 욕심내지 말고 준비운동을 더 길게 하고, 평소보다 짧게 달리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어 걸음이 달라졌다면 운동을 쉬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록을 남길 때 숫자 옆에 그날의 날씨와 컨디션을 한 줄씩 메모해 두기로 했습니다. '아침, 추움, 손 시림'처럼 짧게만 적어 두어도 나중에 기록을 다시 볼 때 왜 숫자가 달라졌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메모는 나에게 맞는 운동 시간과 강도를 찾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9. 숫자는 나를 돌보는 도구입니다
처음에는 거리와 페이스만 봤는데, 케이던스를 알고 나니 기록을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숫자는 남과 비교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 몸이 어땠는지 돌아보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케이던스를 함께 기록하면서 보폭을 조금씩 다듬어 보고, 그 변화도 이 블로그에 계속 남겨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러닝 앱에는 케이던스가 몇으로 나오나요? 댓글로 나눠 주시면 함께 비교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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